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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맞고 팔 눌린 치매 할머니…남편이 처벌 원치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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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11-30 09:41:54 조회수 37
[뺨 맞고 팔 눌린 치매 할머니…남편이 처벌 원치않는 이유는?]

자신의 가족이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했다면 분노를 느끼는 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 가해자가 자신의 가족을 돌봐준다고 믿었던 사람이라면 배신감에 그 분노는 더욱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노인 학대 사건'을 취재하면서 만난 피해자의 가족은 오히려 학대 혐의가 분명해 보이는 노인 돌봄 업체 관계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예상 밖의 행동은 무슨 이유에서 나왔을까요?

■노인 돌봄 업체 센터장, 75살 노인 뺨 때린 뒤, 차 문에 노인의 팔 끼우고 눌러

지난 3일 오후 1시 1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골목에서 민간 노인 돌봄 업체 김 모 센터장이 치매 등을 앓고 있는 75살 이 모 노인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주변을 지나던 한 시민이 그 장면을 촬영했는데요. 영상에는 센터장이 피해 노인의 뺨을 때린 뒤 차 문에 노인의 팔을 끼우고 수차례 누르는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또 학대를 당한 노인이 힘없이 땅에 주저앉았다가 기어서 센터장을 쫓아가는 안타까운 장면도 나왔습니다.

이를 목격한 신 모 씨는 "차 안에서 아주머니(가해 센터장)가 (피해 노인의)가슴을 한 번 치는 거 같은 동작을 보였고 좀 있으니깐 다시 얼굴을 때리는 거 같아서 영상을 촬영하고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며 "(가해 센터장이) 양쪽 확인을 한 번 하더니 차 문에 (피해 노인의)팔을 끼우고 밀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뒤 피해 노인이)차를 쓸어내리면서 주저앉았고 그 아주머니(가해 센터장)가 가니깐 기어서 쫓아간 것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노인 보호자, "센터장이 노인 학대한 것이 아니다...엄하게 다룬 것일 뿐"

사건을 접한 취재진은 피해 노인의 남편인 보호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는 이번 사건이 노인 학대 사건이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가해 센터장이 피해 노인을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엄하게 다루다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보호자의 답변을 듣고 취재진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되면서 그렇게 답변한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돌봄 어려운 환자' 꺼리는 민간 노인 돌봄 업체 ...돌봄 절실한 노인일수록 커지는 돌봄 사각지대

많은 민간 노인 돌봄 업체들이 이번 사건의 피해 노인처럼 '돌봄이 어려운 환자'를 꺼립니다. 여기에 보호자인 할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매일 일을 나가야 합니다. 그 사이 부인을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돌봄 공백을 우려하는 할아버지는 오히려 이번 일로 경찰이 조사까지 하는 상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서울 성동구도 이런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성동구 관계자는 "(현재 피해 노인을)요양보호사가 3시간 돌봐주시고, 전에 센터장이 (돌봄을) 해드렸던 1~2시간이 비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노인복지법에는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만 (노인 돌봄 서비스에)계약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는데 (보호자가 동의를 안 해줘서)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공적인 돌봄 시간은 3시간이라 추가로 돌봄 시간은 불가능하다면서 추가 돌봄 서비스를 받으려면 추가 비용이 필요한데 해당 가정은 이를 충당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피해 노인의 경우 요양원 등의 노인 요양 시설 입소가 한 방법인데 피해 노인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건강이 악화한 경험이 있어서 보호자가 이마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성동구 관계자는 "보호자의 협조를 구해서 노인 돌봄 시설로 안내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 노인을 최대한 돕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노인 학대 의혹에 대해 센터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는 피해 노인이 자신에게 공격적 성향을 보여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행동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 등의 자문에 서울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 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가 "재가 요양 서비스 업체 99%가 민간...공공의 영역 넓혀야"

노인 돌봄 서비스의 경우 공공에서 제공하는 비율이 전체의 0.7%에 불과합니다. 거의 대부분 민간 업체에 의존하는 게 현재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과 같은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 서비스를 민간에 맡기는 제도가)출발할 때는 많은 서비스 제공자들이 서로 경쟁으로 아주 좋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만 남게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민간 노인 돌봄 서비스 업체들은 누구한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든지 간에 받을 수 있는 수익은 수가로 인해서 명확하게 제한되기 때문에 이왕이면 좀 더 수월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을 찾게 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이 어려운 분들이 상대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시고 돌봄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위험이 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돌봄이 절실한 이들이 오히려 돌봄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위험을 막을 방법을 묻는 취재진에게 최 교수 "공공에서 공적인 자원을 이용해서 예를 들면 재가 방문 요양 시설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우거나 사회서비스원같이 공공에서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해 이런 분들을 이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면 (돌봄 서비스 사각지대 문제가)해결 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돌봄 사각지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인학대는 2016년 4천 6백여 건에서 지난해 5천 7백여 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돌봄이 절실해서 그래서 어쩌면 '돌봄이 더 어려운 노인'이 오히려 돌봄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촘촘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출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53542&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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